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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코스모스 - 자작시

 

 

 

 

 

 

코스모스

                            Francis Lee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가냘픈 너의 모습에

불현듯 지난 날 기억이 새롭구나.

 

코스모스 가득한 풀밭에

꼭꼭 숨어 술래잡기 한다.

어린이는 몸 웅크리고 숨을 죽이는데

코끝으로 너의 향기

깊이 깊이 스민다.

 

보고 싶은 순이의 얼골

두근거리는 가슴에

억누르고 못다 핀 마음에

소년은 너의 분홍빛 사연을 따서

피어나는 보고 싶은 마음

흐르는 시냇물에 띄워 보낸다.

 

푸른 하늘 뭉게구름 위로하고

가녀린 마음 추스르며

당신께서 주시는  

봄의 희망 안고 자라나

때론 비바람 치고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갈대밭 여기까지 왔는데..

 

이처럼

푸르게 푸르게

높아만 가는 계절에

위를 향해 피어나는 이 마음

나도 모르게 흔들리네요.

 

세월 흐를수록

자신의 연약함을 알고

더욱 마음을

오로지 오로지하여

하늘을 바라보네요.

 

저의 연약함에

온전함으로 다가 오신 님이여

나에겐 그대가 온 우주랍니다.

넓디넓은 당신 품 안에

피어나는 그리운 마음에

하얀 면사포 드리우고

만날 날 기다립니다.

 

사랑하는 님이시여

오늘같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날

분홍빛 마음 담아

하얀 뭉게구름 저편

당신께 올려 드리나이다.

 

 

 

 

 

 

 

 
 
        
            코스모스.
          가을이 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꽃이 코스모스이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봄의 자운영꽃 보듯 논둑길이나 강변
          또는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때로는  
          옛날 하굣길의 신작로가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기도 했었지만
          비 온 뒤에는 너무나도 맑고 청초한 모습으로 서 있곤 했었다. 
          그  꽃 색깔은 그리 다양한 편이 아니지만
          연인끼리 보내는 사랑의 편지지 색깔로 쓰일 법한 연분홍 빛깔과
          시집 가는 새색시의 고운 다홍 치마 색깔보다 짙은
          빠알간 꽃빛깔은 들판의 노랗게 익어가는 벼 이삭이나
          푸른 물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파란 하늘
          그리고 가을의 길어진 햇살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이었으나 
          코스모스는 세상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변두리의 꽃이었다.
          어쩌다 동네 꼬마들에게 바람개비가 되어 주기도 하였지만
          보통은 들길이나 강둑 또는 호젓한 산길의 초입 한쪽에
          저 만치 비켜서서 피는 그런 꽃이었고
          동네 안길에서도 지저분하다고 시퍼런 낫에
          팔 잘리고  다리 잘리는 아픔을 안고 그곳을  떠난 꽃이었다.
          울안의 꽃밭이나 화분에서 곱게 자란 국화나 난처럼 
          대접받으면서 호강하며 살아가는 그런 꽃이 아니었고 
          들길이나 강변 또는 어느 밭옆의 언덕배기에서
          숨 막힐 듯한 뙤약볕과 몸 꺽일 것 같은 비바람을 견디며
          밤마다 하늘  저편으로 스러지는 별도 바라볼 새도 없이
          새벽 이슬로 겨우겨우 타는 목 적시며 살던 꽃이었다.
          때로는
          심한 갈증에 시달려 마른 땅에 주저앉아 몸부림 쳤으며
          그럴 때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수없이 넘나들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치를 떨어야  했었다. 
          그  질곡의 세월 속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저 들길에 버려진 외톨이 같은 꽃,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꽃이었는데도
          그 혹독한 고통과 외로움을 버겁게 짊어지고서도
          이상하리만큼 다른 꽃처럼 앞서 피려고 세월을 다투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가을이 오면 
          코스모스는 수수한 옷차림과 수줍은 듯한 미소와 함께         
          실바람에도 하늘거리며 어딘지 연약해 보이는 몸짓을 하면서  
          산길의 들국화처럼 마냥 친숙하고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의 아가씨 같은 청순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코스모스는 사실 연약한 꽃이 아니었다.
          먼지 날리는 메마른 땅에서도 뿌리만 내리면 살아갈 수 있었고
          몸뚱아리  다 잘려도 처음부터 다시 삶을 시작하는 꽃이었다.  
          그렇게 거친 들길에서도 살아 남았던 강인함이 
          그의 가느다란 몸속에서 단지 부드러움으로 되살아나고 있었을 뿐이었고
          그러한 부드러움은  
          들길과 강변에 부는 세찬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게 하였었다.  
          코스모스의 삶 속에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경탄할 정도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러한 조화는 코스모스를 외유내강의 꽃으로 만들어 냈으며
          지난 날의 가슴 아렸던 
          그 힘겨운 세월에 대하여도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그런 여유로움 속에서도 
          코스모스는 들판을 지나가는 산들바람이나 수그러진 햇살
          그리고  파란 하늘과 초롱초롱한 별빛들을  
          결코 탐하지 않았으며 그들과 함께 숨쉬며 살았던 꽃이었다.
          그리고 
          화려하지는 않으나 맑은 제 몸의 그 아름다운 빛깔은
          지난 여름의 잠 못 이루던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온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듯 빚어낸 목숨과 같은 빛깔이었다.
          그러한 코스모스를 보면
          마음이 꼭 몸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 밖에도 있는 것 같았다.
          꿈결 같았던 지난 서러운 세월도 다 잊은 듯  
          강변 바람에 유유자적하게 흔들거리는 그 연분홍 꽃잎을 보라.
          어디에 지난 날의 가슴 아팠던 삶의 회한이 배어 있고
          어디에 목까지 차오르는 세상 탐욕이 배어 있으며
          어디에 뿌리까지 뽑아내야 하는 그 사악함이 배어 있는가.         
          언제나 이맘 때쯤이면 어김없이
          시골 강변의 코스모스는 
          갈대숲 헤집고 도망가는 바람과 
          세월 안고 흘러가는 강물의 투명한 물빛
          그리고 파란 하늘 지우면서 둥둥 떠가는 하얀 구름들을 모아
          화가처럼 능숙하게 한폭의 수채화에 담아 놓았었다.
          이제 가을이 깊어져 갈수록
          그 수채화의 색깔도 짙어져 갈 것이고 
          아름다운 그 코스모스 꽃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더욱 깊어지고 애틋해질 것이다.
             이상원이레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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