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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살구나무는 죽어도 살구나무다

 

 

살구나무는 죽어도 살구나무다

 

나의 뜰에는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다. 황색 토기 화분에 심어져 있다.

그런데 나의 부주의로 몇 번 물주기를 걸렀더니, 봄이 되어도 가지에 새 싻이 나올 줄을 모르고 그렇게 마른 나무가지로 한해를 보냈다.

몇 번을 버릴까 하다가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덩굴이 이 마른 살구나무 가지에 살 붙어 자라나는 것이 미관상 좋아 보여 그냥 그대로 놔두었다.

다시 새해 봄이 되어 다른 곳에 물을 주다가 혹시나 싶어 물을 주다 보니 몇몇

가지에 파아란 싻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계속 희망을 잃지 않고 물을

주니 이제는 모든 가지마다에 파란 싻이 돋아나 완전히 나무 전체가 살아났다.

 

나는 깨달았다. 인내심을 갖고 사랑의 물을 계속해 주면 생명은 자라난다는

사실을...

살구나무. 나의 부주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인내로 인내로 생명을 끈질기게

간직하고 버티어준 살구정신에 내가 감동을 받는다. 사람도 사랑의 물을 주면

얼굴에 생기가 돈다.

 

생명을 끈질기다. 모질다. 생명은 존엄하다. 누구의 명령이길래 이렇게 좌절하지

않고 낙망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너의 생명이 귀하다.

살구나무야  살구나무야  너는 죽어도 살구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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