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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스크랩]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오탁번[시인100명이 추천한 애송時 28편]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번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년 동안 땅에 묻혀 딴딴한 석탄으로 변모하는 소리, 캄캄한시간 바깥에 숨어 있다가 발굴되어 건강한 탄부(炭夫)의 손으로 화차에 던져지는, 원시림 아아 원시림 그 아득한 세계의 운반소리, 이층방 스토브 안에서 꽃불 일구며 타던 딴딴하고 강경한 석탄의 발언. 연통을 빠져나간 뜨거운 기운은 겨울 저녁의 무변한 세계끝으로 불리어 가 은빛 날개의 작은 새, 작디 작은 새가 되어 나뭇가지 위에 내려 앉아 해뜰 무렵에 눈을 뜬다. 눈을 뜬다. 순백의 알에서 나온 새가 그 첫 번째 눈을 뜨듯. (후략) <1967년>

 

 

겨울 서정시의 대표적인 이 시는 평론가 이숭원씨의 표현대로 "찬란한 시간의 금비늘"이반짝반짝한다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는 섬세한 감각이나 "순백의 알에서"에서 나온 새가 그 첫 번째 눈을 뜨듯"같은 투명한 언어 감각
보라 시인은 다른 행인들처럼 나뭇가지에 내린 눈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이 시의 묘미는 자연 현상인 눈의
적설을 생명의 큰 순환으로 읽어낸 데 있다.
 
눈이 쌓인 원시림이 석탄이 되고 탄부의 손에 의해 채탄이 되고 이층 방의 스토브에 꽃불이 되고 하늘로 올라가는
기운이 되고 다시숲으로 내려앉는 눈이되는 그시간의 돌고 돎-둥근 궤적을 시인은 읽어내고 있다 돌아옴의 발견이
이시를 빼어나게 하는게 아닌가 싶다.우주의 모든 존재가 돌아온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세계는 얼마나 신비롭고
얼마나 기특하고 얼마나 황홀하겠는가 오탁번 시인(65)은 1966년에 동화당선 1967년에 詩 당선 1969년에 소설당선
이라는 신춘문예3관왕이라는 화려한 등단 이력을 갖고있다..[문태준시인님의글에서]

 

 

 

 

출처: 이동활의 음악정원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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