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감상

바닷가에서

 

 

바닷가에서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낯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 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오세영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10월의 어느 멋진날에.mp3

                                                 연주자: 영혼을 울리는 트럼펫터 최종엽님

 

10월의 어느 멋진날에.mp3
2.77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