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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상

[스크랩] Anna German 의 아름다운 러시아 로망스

 
 
 
 
 
Anna German 의
아름다운 러시아 로망스
 
 
 

 

 

  

 
 
  '러시아 로망스'란 ..

  '러시아의 위대한 여성 보컬 시리즈'중 그 첫 작품은
'안나 게르만'의 정원에 꽃이 필 때이다.
  이 여가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에게는 생소한
  '러시아 로망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면,
우리의 '가곡'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사랑과 이별, 인간의 영혼,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주제로 한
  서정적인 가사와 단조의 음계로 만들어진 음악으로서,
  많은 부분 가수의 목소리에 의존하면서
고전음악에 사용되는 악기가 그 뒤에 깔리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로망스'는
18세기 말경에 생겨나 귀족층의 예술로 사랑을 받아오다가
20세기 초에는 지식인층에도 많이 알려져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지만,
1917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부르조와들의 노래라는 이유로 핍박을 받았다.
  로망스가 자리했던 곳에는
사회주의 혁명의 수행과 성공을 내용으로 담은 혁명 찬가들이 채워졌다.
  그러나 그러한 혹독한 시간 속에서도
로망스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그 아름다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추운 나라의 음악 속에는
겨울을 따스히 감싸 안는 온기가 서려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인 겨울풍경과 정취가 배어있다.

'러시아 로망스의 대명사
' 안나 게르만(1936-82)의 앨범 '정원에 꽃이 필 때'는
'러시아의 위대한 보컬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러시아 음악이 우리네 입맛에 얼마나 잘 맞는가를
보여주는 명작이다.

러시아는 분명 문화강국이다.
음악만 해도 민요.로망스. 집시음악.클래식 등등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러시아민요는 대부분 작자미상이며,
차르(황제)시대에 다수 생겨나
서민과 농민의 눈물겨운 애환이 담겨있다.
이에 비해 로망스는 대다수 곡들의 원작자가
비교적 소상히 알려져 있으며,
클래시컬한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를 바탕으로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안나 게르만은
가수로 가장 원숙기라 할 수 있는 46세의 이른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영향은 러시아의 국민가수이자 공훈가수인
알라 푸가초바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나 게르만의 대표곡을 집대성한 음반은
산뜻한 느낌의 '봄'으로 시작된다.
겨울이 긴 러시아의 봄은 이렇게 산뜻하게 다가온다.
이어지는 '나 홀로 길을 걷네'는
그의 탁월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로망스의 진수를 전한다.

'쇼팽에게 보내는 편지'는
클래시컬한 반주와 게르만의 촉촉한 보컬이
어우러지는 노래로,
물처럼 흐르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숨을 골라 쉬게 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가을의 노래'는
단연 백미(白眉). 수채화처럼 투명한 피아노 연주,
풍성한 현악기들의 물결, 여기에 얹혀진 게르만의
섬세한 호흡에 그저 한숨을 길게 내쉬게 만든다.
이 노래는 몇 번을 반복해 들어도 그 감동이 쉬이 식지 않는다.

게르만의 앨범은 기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오직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동과 인간미가 가득하다.
역시 음악은 이렇게 사람냄새가 물씬 풍길 때 그 생명력이 길다.

이 음반이 지닌 또 하나의 매력은
앨범재킷과 속지에 있다.
모든 곡명에 우리말 발음 및 뜻이 해석돼 있으며,
색색의 아름다운 속지에는 번역된 한글 가사까지 실려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그에 못지 않은 한편의 시 같은 노랫말,
그래서 이 음반의 감동은 몇 배로 불어난다.

이 자상한 배려에 감동은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다.
함께 공개된 '러시아 음악의 신데렐라' 류드밀라 센치나, '
매력적인 테너' 블라디미르 디바토프의 음반도 권하고 싶다.
러시아 음악은 겨울이란 계절의 훌륭한 길동무다.

송기철 대중문화평론가

중앙일보 2002
 
 
 
 
출처 : 로즈마리
글쓴이 : 하늘호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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