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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회복

뜨거운 포옹

 **뜨거운 포옹**

 

 

입주 시일 때문에 아시는 분이 운영하는

사우나에 며칠 기거할 때의 일이다.

 

10시가 조금 넘어

사각 김밥 하나와 음료수 한 캔을 들고

20대 청년이 사우나로 들어섰다.

 

드라마를 보고있던 손님들이

하나같이 손으로 코를 막고

"아이고 썩는 냄새"

정말 지독한 발 냄새였다.

 

청년은 관리인의 일러준대로

샤워를 한 후 모서리 귀퉁이에서

몸을 웅크린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다음 날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다시 청년이 들어섰다.

어제처럼 사각 김밥 하나와 음료수를 든채

 

순간 사우나안은 마치 섞은 생선의 피린내 같은

역거운 냄새로 가득차 버렸고

손님들은 코를 막고 자리를 피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저런 손님을 왜 받는거야, 당장 내 보내"

 

어쩔줄 몰라하는 관리인을 대신해

"날씨도 추운데 저 남루한 옷 차림으로

어디를 가라 하십니까?

제가 씻겨서 재우겠습니다."

 

20대 청년의 손을 잡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온 몸에 배어있는 냄새는 역겹다 표현을 해야할 지...

 

청년은 20 살의 정신지체 장애우로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고등학교 다니는 동생과 천호동에 살면서

터미널 청소부로

오전 7 시부터 밤 10 시까지 근무 한다는 것이었다.

 

발다닥 각질을 제거 해주고 몸을 씻겨준 후

관리인에게 부탁하여

샤워실에서 옷과 운동화를

손으로 세탁을 하고 있는데

물기 젖은 무언가가

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차 있는

장애우 그 청년 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를 포옹해 주었고

가슴속에서 느껴져 오는 찡함을 느끼며

눈가에 눈물을 지어 보았다.

 

그 청년은 사람의 정이 그리웠고

사랑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았다.

 

"이 세상엔 너보다 못한 사람들이 많아

용기를 내."

"넌 요금을 정당히 지불하고 들어 온 손님이야

주눅들지 말고 떳떳해야 해. 알았지"

 

청년은 어누룩한 말로

"알았어요"라고 답을 했다.

 

아침 630분에 출근해야 한다는 청년을 깨워

말린 옷을 입히고 보니

정말 순박하고 티없이 밝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밖에 날씨가 추운데 춥지는 않니?"

"추워요"

"그렇게 입고 다니면 감기 걸리지"

 

옷장 문을 열고

아침에 입고 나가야 할 잠바을 꺼내어

청년에게 입혀 주었다.

마치 마춤 옷 처럼 청년에게 딱 맞는 것이었다.

옷 주인은 내가 아닌 청년이었던 것이다.

"따뜻히 입고 열심히 해. 알았지?"

""

 

"이런곳에 와서 눈치 보지말고

집에 가서 내가 알려준대로 몸도 씻고

옷도 깨끗히 세탁해 입어"

""

 

문을 나가던 청년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내게로

어제 밤 처럼 포옹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힘껏 안아주었고

다시 눈물 한 방울을 지어야 했다.

 

하이파이브를 하고 청년이 나간 후

어제 밤 청년을 꾸짖던 손님들이

멋쩍은듯

"장애인인데도 열심히 사네"하는 소리가

정말 청년의 몸 냄새 보다도

더 역거운 것 같았다.

 

그들과 나

그 청년보다 무엇이 얼마나 나을까?

 

청년의 냄새는 잠깐 씻지 않아서

아니 누군가 자세히 일러주지 않아서

방법을 몰랐고

그리고 그 냄새는 열심히 살아가는

땀의 냄새였지만

 

겉 모습 멀쩡한 우리의 마음에 가득차 있는

갖가지 권모술수의 썩은 냄새는

씻고 씻어도 씻기지 않는

지독한 냄새 인 것이다.

 

수일이 지났는데도

청년의 미소가 지워지질 않는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 글을 올리는 이 순간에도

청년이 지어보이던 환한 미소

그건 천사의 미소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출처:거품맥주 쉼터 | 거품맥주
원문:http://blog.naver.com/qkekto513/80065819316